스페인 바르셀로나 태생의 하우메 플렌자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공미술가 중 한 명이다. 스페인, 영국, 프랑스, 일본, 한국, 독일, 미국, 대만 등의 여러 도시에 그의 기념비적인 작품인 거대한 소녀의 두상과 인간 형상의 조각이 영구 설치되어 있다. 1993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Chevalier des Arts et des Lettres), 1997년 카탈루냐 국가 미술상(Government of Catalonia's National Prize for Fine Art) 등 수많은 국내외 미술상을 수상했으며,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행사로 열린 산 조르지오 마조레 성당의 전시 <함께(Together)>를 통해 글로벌 파인 아트 어워드에서 최우수 공공 야외 설치 부문상(Global Fine Art Award for the Best Public Outdoor Installation, 2015)을 수상했다. 2024년에는 스페인의 메르카도스(Merca2.0)가 주관한 <2024년 가장 영향력 있는 스페인 문화계 인물 50위> 중 1위를 차지했다.
<우리들(We)>는 대화하듯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구성된 한 쌍의 인간 좌상이다. 조각의 표피를 이루는 8개 언어의 문자(알파벳)는 다양성을, 인간은 보편성을 의미한다. 언어와 인간의 만남은 플렌자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로,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문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것들과 결합하여 단어를 형성하고, 단어는 텍스트들을 형성하고 사람의 생각을 형성한다. 이는 마치 주춧돌을 중심으로 성전이 세워지고 그 토대 위에 도시, 국가, 대륙 그리고 하나의 우주가 만들어지는 것과 같다.」
플렌자에게 문학은 삶을 관통하는 영감의 원천이다. 조각에 사용된 문자 자체에도 문학적 영향이 미친 것인데, 라틴 문자를 시작으로 히브리어, 아랍어, 중국어, 일본어, 그리스어, 키릴 문자, 한국어, 힌디어 등을 점차적으로 통합해 나갔다. 각각의 문자는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모두 함께 어우러져 다채로운 문화적 공존과 세상의 다원성을 상징한다. 플렌자는 커튼, 인체 등 여러 방식으로 문자를 담아 왔으며, 언어와 글자를 결합해 만드는 거대한 인간 형상은 그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조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