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뭄바이 출신의 영국 작가인 아니쉬 카푸어는 생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조각가 중 한 명이다. 미술 공부를 위해 1973년 영국으로 이주했고, 이후 런던에 정착하여 현재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 중이다. 초창기에는 강렬한 원색 가루를 사용한 피그먼트 작업을 했고, 1980년대부터는 하늘과 대지, 밝음과 어두움, 물질과 정신, 의식과 잠재의식 등에 대한 주제를 포함한 조각적 탐구를 시작했다. 학창시절 칼 융의 사상에 심취했으며, 1979년 인도 여행을 통해 힌두교 사상을 재발견한 카푸어는 동양적인 감수성과 철학을 토대로 기존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현대 조각의 지평을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채움과 비움,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2차원과 3차원이 공존하고 있는데 이를 기반하여 존재와 부재, 음과 양, 정신과 감각, 탄생과 죽음 같이 서로 상반된 요소의 대비와 공존에 질문을 던진다. 1990년 제44회 베니스 비엔날레 신인상(Premio Duemila), 이듬해에는 영국의 권위있는 미술상인 터너상(Turner Prize)을 석권했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등 세계 최고의 명성을 가진 전시 장소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세계 각지에서 80회 넘는 개인전을 가졌다. 2013년 시각 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영제국 기사 작위(Sir Anish Kapoor)를 받았다.
<스카이 미러(Sky Mirror)>는 광택을 낸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비오브제 시리즈의 대표작 중 하나다. 거울처럼 반사되는 오목한 원반 형태로 그릇처럼 하늘의 풍경을 담아내는 작품이다. 공간과 분리된 존재로서 작품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공간과 상호작용하여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카푸어 작품의 특징인데, 원반에 담긴 무한한 하늘을 감상하는 동안 관람자에게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육중한 재료는 잊혀지고, 그 순간 작품의 물질성은 사라진다. 물질과 비물질이 결합해 신비로운 현상을 만들어낸 <스카이 미러>처럼, 카푸어는 물성이 강한 재료를 이용한 거대한 규모의 작품을 통해 비물질의 초월적인 세계, 형이상학적인 예술적 경험을 이끌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