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 태생의 이니고 망글라노 오발레는 사진, 비디오, 조각, 설치 등의 방법으로 사회를 지향하는 공공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미국의 개념 미술가이다. 그는 모더니즘과 모더니티, 유토피아 구현을 위한 과학기술의 야망 등의 이념적 결과로 초래된 사회적, 지정학적, 생태적 현상을 변증법의 관계로 탐구한다. 망글라노 오발레의 초기 프로젝트는 이주와 이민, 문화적 정체성, 사회/지리적 경계, 도시 폭력에 관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커뮤니티 중심의 사회 참여 전략을 사용했다. 이후에는 보다 개념적인 방향으로 발전하여 문화, 과학과 기술, 생태계 등에 대한 광범위한 소통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맥아더 재단(MacArthur Foundation), 구겐하임(Guggenheim), 미국국립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의 펠로우쉽을 수상했다.
망글라노 오발레는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 1886~1969)>와 연관된 여러 작품을 제작했는데, 그 중에서 <중력은 거스를 수 없는 힘(Gravity is a Force to be Reckoned with)>은 드로잉으로만 남아있는 미스의 미완성 프로젝트(1951)을 절반 크기로 만든 작품이다. 미스에 관한 망글라노 오발레의 연구는 모더니즘과 모더니티에 대한 물음에서 기인한 것으로, 새로움과 혁신, 유토피아를 향한 모더니스트들의 이상은 디스토피아적인 사회 현실과 충돌하며 위태롭게 그 균형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건축의 본질을 찾아 미스가 <적을 수록 풍부하다(Less is More)>를 극대화한 이 미완성의 프로젝트는 강하게 절제되어 군더더기 없는 스틸 프레임을 제외하곤 사방이 유리로 되어있어 사실상 사람이 살 수 없는 집이다. 유리의 투명성은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허물며 주위 환경을 끌어들이지만, 반대로 유리벽으로 막힌 무균실과 같은 이 미래주의적 공간에서의 삶은 실제로 우아하지도 않고 아름다울 수도 없다. 이 공간에서 억압된 자유와 권력에 대한 저항 의지는 망글라노 오발레가 제시한 다양한 사물들과 상황 묘사를 통해 사이의 긴장감을 드러내며 관람자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