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태생의 빌 비올라는 비디오 아트를 현대미술의 주요 장르로 확립하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뉴욕 시라큐스 대학에서 회화와 뉴미디어, 인지 심리학, 전자음악을 공부했고, 비디오 기술이 처음 등장한 1970년대에 백남준의 조수로 일하면서 비디오 아트를 접했다. 비올라는 40여 년간 삶과 죽음이라는 인류 근원적 사유와 자아 성찰, 인간의 무의식과 감정 등을 탐구하며 이를 주제로 200여 점의 영상 작품을 제작했다. 그는 비디오의 기술적인 측면을 감성적 가치로 치환하여 추상적이고 정신적인 세계를 작품에 담는데, 비올라 자신의 작품을 <주관적 인식의 언어로 기술한 시각적 시(詩)>로 표현했듯이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매체와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면서도 자신의 사고 기저에 늘 존재한 명상적인 동양사상을 구현하고자 했다. 1995년과 2007년 두 차례 미국을 대표하여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했고, 2014년과 2016년에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에 비올라의 두 작품이 영구 설치되었는데, 이는 영국 성공회 교회에 영상 작품을 최초로 설치한 사례다.
고대 그리스어인 뉴마(Pneuma)는 <숨>을 뜻하지만 <생명력>과 <영혼>을 의미하기도 한다. <숨/혼/생명력(Pneuma)>은 비올라 자신이 최초로 구매한 흑백 비디오 카메라로 여러 시도를 하던 중 빛의 자국을 의미 깊게 인지했던 70년대의 경험, 어린시절 잠들기 전 불 꺼진 방의 천장을 보면서 느꼈던 빛과 어둠의 점들이 그려내는 신비로운 기억, 영상 연구를 위해 캘리포니아 샌버너디노와 같은 황무지를 섭렵하면서 얻은 환경적 경험의 혼합으로 탄생했다. 이를 바탕으로 1990년대에 빛의 자국을 통한 시각/인식의 경계를 작품화 하게 되었다. 특히, 이 작품은 비올라 전성기 작품의 이정표가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위상을 갖는다. 흐릿하게 나타나고 엇갈리게 사라지는 영상 이미지는 시각적인 이미지가 아닌 내면의 빛을 통해 내 마음이 기억과 내면은 어떻게 보는지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