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출생한 백남준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 전위 예술가이자 미디어 아트의 개척자이다. 홍콩과 일본을 거쳐 1956년 독일로 건너가 동시대 전위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함께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는데 이때 새로운 미디어를 이용한 예술의 방식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1964년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본격적으로 비디오를 사용한 작품 활동을 전개했다. 영상을 결합하고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비디오 신디사이저를 개발했고, 여기에 음악과 신체에 관한 탐구를 더해서 백남준만의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1980년대부터는 위성 기술을 이용한 텔레비전 생방송을 통해 전위 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허무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1993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대표로 참가해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이후 레이저 기술에까지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2006년 타계할 때까지 예술적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백남준은 예술가의 역할이 미래에 대한 사유에 있다고 보았으며 예술을 통해 전지구적 소통과 만남을 추구했다.
<야간비행(Night Flight, Vol De Nuit)>은 현재는 없어진 프랑스 CSIA 은행(La banque CSIA)이 파리의 신사옥을 위해 백남준에게 제작 의뢰한 작품이다. 백남준은 생전에 생텍쥐페리의 모험정신을 존경하고, 그의 작품 <어린 왕자>와 <야간비행>을 좋아했다. <야간비행>은 항공우편 비행사들의 삶과 도전을 그린 소설로 당시 항공우편회사가 다른 운송 수단과의 속도 경쟁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야간비행을 감행했던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다. 생텍쥐페리 본인도 프랑스 공군 장교였고 최초로 야간비행을 한 선구자 중 하나다. 평생 문학과 비행을 깊게 사랑했던 생텍쥐페리는 44세가 되던 해인 1944년에 정찰비행을 하던 중 지중해 연안 상공에서 실종되었다. 백남준은 44대의 TV 모니터를 통해 생텍쥐페리를 기념하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개척했던 그의 도전과 모험정신을 비행기 형태의 비디오 조각으로 작품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