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역(海睪)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지만 아마도 법명(法名)이 아닌가 생각된다. 세로로 긴 화면에 위로 상승하는 여린 매화 가지를 중앙에 포치하고 노간을 아래쪽에 비스듬히 포치한 특이한 형태의 묵매도(墨梅圖)이다. 조선 말기의 매화그림은 뒤틀리고 굴곡이 심한 가지와 꽃이 만발한 모습으로 화면 전체에 배치되는 경우는 많으나 이렇게 거의 굴곡 없이 수직으로 뻗어 나간 모습은 흔치 않다. 전기(田琦)의 매화그림에서 한 두 점 보이는 정도이다.
가지는 몰골(沒骨)의 담묵으로 조심스럽게 그렸으며 매화꽃도 하나하나 교과서적인 형태로 정성스럽게 묘사하였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얌전한 느낌을 주나 자칫 힘이 없어 보이는 매화에 생동감을 불어넣은 것은 가지 한쪽으로 가지런하게 찍힌 농묵의 크고 작은 먹점이다. 그러나 이 먹점조차도 서너 개씩 한 조가 되어 윤곽선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찍혀 있어 단정한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한다.
추사체로 쓴 “담모퉁이 서너 가지 매화가 얼음 추위에 특별히 피었네. 멀리서 보아도 눈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으니 슬며시 향기가 오기 때문이라.(장각수지도 릉한특지개 요지불시설 고유암향래 墻角數枝梅 凌寒特地開 遙知不是雪 考有暗香來)”라는 매화를 찬미하는 화제가 쓰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