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명절지도는 종래의 책거리 그림(册架圖)이나 문방구도에서 각종 기물을 취하고, 거기에다 화훼절지를 곁들인 그림으로 장승업 이후 크게 유행하였다. 종래의 책거리 따위가 정형화된 구도와 형식적 묘사 패턴이 있었던데 반해 장승업의 기명절지도는 구도와 소재의 가변성과 자연스러움과, 그리고 묘사방식의 즉흥성과 필선의 호방함, 그 결과로서 화면의 생동감이 특징이다. 이 두 폭은 장승업의 작품 중에서는 드물게 차분한 묘사 태도를 보여주는 것으로써 아마도 그림의 수요자가 신분이 높고 격식을 차리는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한 폭에는 계수나무 꽃을 꽂은 오래된 도자기와 청동정(青銅鼎), 괴석과 영지 등을 그렸는데, 그릇의 형태가 정교한 정제미를 갖추고 있다. 또 괴석과 영지, 감 등에도 극히 세련된 필선미가 감지된다.
“푸른 빛 금병은 궁중에서 나왔는데, 누가 아름다운 향기 풍기는 계수나무 꽃을 꽂았나? 황후와 부인들은 다만 초가을의 정취를 사랑하니, 그대 봉숭아 꽃이 곱게 피었다고 말해주게.(비색금병출내가 천향수저월중화 육궁지애신량호 이도금봉권취화 秘色金瓶出內家 天香誰貯月中花 六宮只愛新凉好 尒道金鳳捲翠華)”
다른 한 폭에는 큰 사각 화분에 난초가 풍성하게 피어 있고, 그 아래에 벼루와 붓 따위가 놓여있다. 역시 화분과 벼루, 수저가 꼽힌 그릇에는 정교한 문양이 그려져 있고 벼루 가운데에는 먹이 갈아져 있는데, 붓은 방금 먹을 묻힌 듯 끝이 살짝 구부러져 있다.
“굴원과 송옥의 문장은 초목처럼 높으나, 천추의 난보(蘭譜)는 이소(離騷)를 능가하네. 이처럼 난만하니 사람을 좇아 팔게 한다면, 십자가두에 모두 짊어지고 가겠네.(굴송문장초목고 천추난보암이소 여금난만종인매 십자가두 담도 屈宋文章草木高 千秋蘭譜壓離騷 如今爛漫從人賣 十字街頭 擔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