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의 화조, 영모화는 알려진 것이 그리 많지는 않으나 대체로 화본풍(畵本風)을 따른 작품인 것으로 소개된 바 있다. 그런데 이 그림은 주제와 구성이 매우 독특하면서도 재미있어 그의 영모화의 또다른 일면을 말해준다. 오이밭을 지나던 고슴도치가 떨어지는 오이에 맞는 순간을 그린 그림으로 전례없는 신선한 작품이다.
정선은 담묵의 빠른 필치로 오이 덩굴과 잎의 모습을 화면에서 튕겨 나갈 듯이 표현하고 있어 이 장면의 순간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아마도 고슴도치가 오이밭을 지나다가 오이를 건드린 듯한데 자신의 몸집만한 오이를 정면으로 맞은 고슴도치의 놀란 표정이 잘 포착되어 있다. 정선은 붓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빳빳한 털로 덮인 고슴도치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보듯 정선은 진경산수화 뿐 아니라 영모화에 있어서도 사생적인 자세를 중시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 작품의 화면에는 생기와 운동감이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