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업의 작품 중에는 비교적 옅은 수묵으로만 묘사되었으나 유난히도 스산하고 적막한 느낌을 주는 예들이 있다. 즉, 육당 최남선 구장의 병풍이나 이 대련의 경우가 그러하다.
넘실대는 파도 위에 외로이 우뚝 선 괴석을 한 발로 움켜잡고 서서 주위를 날카롭게 응시하는 독수리, 그리고 기이하게 휘어진 나무 가지 아래 엉거주춤 서서 정면 관화자(觀畵者)를 응시하는 사슴의 눈동자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깊이가 있다. 장승업은 괴석 위에 앉은 독수리를 즐겨 그렸는데, 조선 중기 정홍래 이래 그려지던 구도이다. 그러나 장승업은 괴석의 형태를 기이하게 과장하고, 독수리는 한 발로 선 것을 자주 그렸다. 넘실대는 파도 위의 외롭고 기이한 괴석, 그 위에 선 날카로운 기백을 가진 독수리는, 구한말 기울어져 가는 나라의 운세를 지켜보던 한 예술가의 자화상과도 같다. 그리고 우리를 응시하는 사슴과 그 위에 드리워진 손가락 같은 나무 가지에는 청대 팔대산인(淸代 八大山人)과 유사한 응축된 내면의 정조가 느껴진다.